Saturday 4 August 2012

Desperate Graffiti








  네덜란드 작가와 함께 길을 걷다 이 도시엔 그래피티가 많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얘기를 듣고 지난 여름의 네덜란드 여행을 돌이켜 보니 도시 곳곳이 그래피티로 뒤덮여 있었던 기억이 났다. 어찌보면 표현주의 회화 같기도 했던, 화려하면서도 거리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 그래피티가 도시에 색을 입히고 있었다.

  그래피티라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대체로 거리에서 생성된 표현 욕구, 기존 체제에의 저항 등과 연관하여 생각하게 된다. 한 편, 유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존재하듯, 그 예술성을 인정받아 하나의 예술이 되기도 한다. 베를린 곳곳을 채운 미적 감각과 재치로 가득한 그래피티는 Street Art 라는 설명과 함께 인터넷에 떠돈다. 개인적으로는 베를린 필하모닉 건물 앞 리처드 세라의 조각에 그려진 화려한 그래피티를 인상 깊게 보았던 기억도 있다. 

  '미적' 혹은 '예술적' 측면에서 그래피티를 보자면, 한국에서는 그런 그래피티를 많이 볼 수가 없다. 거리 감성을 중시하는 홍대 주변에서나 가끔씩 볼 수 있을 뿐이고, 그조차도 '문화거리조성사업'등과 같은 사업을 통하는 것이거나 카페나 옷가게 등에서 가게의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일 경우가 많다. 상업화되었거나 국가사업화 된 거리 감성이랄까. 

  그러나 그래피티가 거리의 표현 욕구에서 발생한 것임을 생각해본다면, 서울 용산이나 인천 가정동, 그 외 전국의 우리 도시 곳곳에는 그야말로 절실한 그래피티가 넘쳐난다. 그렇게 벽에 남겨져 시간 차를 두고 발견하게 된 것이 아니었다면, 이것들의 발생 과정은 직접 마주하기조차 두려웠을- 그런 것들이다. 거리에 넘쳐나는 전단지나 메가폰-, 그리고 이 절실함의 그래피티는 수신 불능 상태의 캡슐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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